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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도 피해자…디지털 성폭력 심각하다
2019.10.17 06:57
에프엑스 출신 연기자 설리. 스포츠동아DB
SNS 중계 기사 악플 무한 양산
합성사진 등 성폭력 피해 노출
‘여성 상품화’ 근본적 점검 필요

가수 설리(최진리·25)가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세상과 이별했다.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성 악성 댓글은 물론 무감각적으로 벌어지는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제기다. 유명인, 특히 유독 여성 연예인을 대상 삼는 성희롱 등 디지털 성폭력의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최근 3∼4년간 설리와 관련해 때마다 쏟아진 온라인 기사는 그가 개인 SNS에 올린 사진이나 영상을 그대로 베껴 옮긴 내용이 대부분이다. 외모와 의상에 대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품평’으로 채워졌다. 이는 악성 댓글을 무한 양산했고, 익명성에 숨은 집단적인 희롱과 혐오의 공격이 서슴없이 벌어졌다.

설리가 사망하기 보름 전인 9월29일 상황도 대표적이다. 설리는 SNS로 헤어스타일을 매만지는 모습을 공개하다 ‘신체 일부를 노출했다’는 억측의 시선에 휘말렸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는 ‘설리 노출’과 연관 검색어로 순식간에 도배됐다. 설리는 이에 앞서 올해 6월 JTBC2 ‘악플의 밤’에 출연해 관련 댓글에 큰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허사였다.



온라인상 성폭력의 피해는 설리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룹 마마무의 화사도 올해 8월 상의 속에 속옷을 입지 않은 듯한 공항 출국 사진으로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 이를 바라보는 누리꾼의 시선은 ‘관음증’적 태도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후에도 화사는 악성 댓글과 합성영상, 사진 등 온라인 성폭력 피해에 노출됐다. 가수 수지 역시 광고모델을 맡은 한 브랜드의 실물 형태 입간판을 악용한 희롱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 연예인을 상대로 한 온라인상 무차별 공격은 “강도 높은 여성 혐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16일 “온라인 성희롱은 악성 댓글로만 국한할 수 없다”며 “여성 아이돌의 영상을 성적으로 편집하고 합성해 유포하는 유튜버,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여성 연예인을 상품화하는 과정, 이를 바라보고 전달하는 언론의 시선 등 ‘콘텐츠 생산자’까지 아우르는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논의가 설리의 죽음으로 인한 ‘반짝 이슈’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시선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여성 연예인이나 여성으로만 한정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상 성희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규제와 처벌로만 해결하려 하거나 특정사건과 관련해서만 논의되고 지나치지 않도록 사회적인 환기와 자정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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